경영 패러다임의 전환 : ‘결정’에서 ‘디자인’으로

길을 모를 때 지도가 필요하다는 말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경영에서 ‘비전’은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를 명확히 해주는 지도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지배하는 현대 경영 환경에서 고정된 비전은 때로 한계에 부딪힙니다. 변화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점에 잘못된 비전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고객은 기업보다 앞서 나가고, 경영 변수들은 유기적으로 얽혀 예측 불가능해졌습니다. 선형적 사고에 익숙한 기존 방식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동일한 이해력 수준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이제 기존의 기계적 세계관을 넘어,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유기적 세계관으로 경영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통합적 사고 : 이분법적 선택을 넘어서

전통적인 경영학은 논리와 분석에 의존해 왔으나, 이는 혁신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통합적 사고’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연구된 이 개념은 로저 마틴 교수에 의해 정립되었습니다.

“상반되는 두 아이디어 사이의 긴장을 건설적으로 이용하여 하나를 선택하느라 다른 하나를 버리는 양자택일 방식 대신 두 아이디어의 요소를 모두 모두 포함하면서도 각 아이디어보다 뛰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창의적 긴장을 해소하는 능력”

흔히 의사결정을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포기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탁월한 리더들은 대안들의 장점을 결합해 제3의 길을 찾아냅니다. P&G의 A.G. 래플리 회장 역시 운영 효율성과 R&D 강화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통합적 사고로 해결한 바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트레이드 오프 게임을 벗어나지 못 하는 한 당신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피터 드러커 역시 갈등과 충돌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강조하며, 과거의 기준에 얽매인 관행적인 의사결정을 경계했습니다.

“재무 의사결정이나 회계 의사결정, 혹은 마케팅 의사결정 따위는 없다. 오직 비즈니스 의사결정만 있을 뿐이다.”

디자인적 사고의 탄생과본질

통합적 사고는 IDEO의 팀 브라운이 제안한 디자인 방법론과 결합하며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로 진화했습니다. 로저 마틴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디자인적 사고의 중요한 줄기가 2003년 8월 19일 로트만스쿨의 내 사무실에서 IDEO의 팀 브라운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시작된 것은 확실하다. (중략) 우리는 당시 내가 진행하고 있던, 디자인을 P&G의 핵심경쟁력으로 만드려는 컨설팅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통적인 제품디자인적 사고로는 이제 부족하며, 제품디자인적 사고의 ‘무언가’를 가져다가 좀 더 넓은 범위의 디자인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 ‘무언가’를 우리는 ‘디자인적 사고’라 부르기 시작했다. (후략)”

디자인적 사고는 단순한 미적 관점을 넘어 ‘더 나은 상황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일찍이 조직 경영에 디자인 개념을 접목할 것을 제안했고, 데이비드 켈리는 이를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작업 방식을 활용해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하는 사고방식이라 정의했습니다.

 

경영학과 디자인 사고의 차이
전통적 경영학이 ‘여러 대안 중 최선을 선택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디자인은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중시합니다. 경영학적 사고가 주어진 대안 내에서 답을 찾는 ‘수렴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 치중한다면, 디자인적 사고는 가능성을 확장하는 ‘확산적 사고’와 ‘기회 발견’에 초점을 맞춥니다.

긍정탐구(AI)의 본산으로 잘 알려진 미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에는 피터 루이스 빌딩이라 불리는 경영대학 건물이 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작품이다. 오랜 역사의 대학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색 벽돌 외관과 파도처럼 너울지는 형상을 한 스테인레스 지붕의 조화는 마치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영학이 전통과 새로움 사이에서 어떤 조화를 이루어 나갈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이 대학의 리처드 볼랜드교수는 이 빌딩의 설계과정에 참여하면서 ‘디자인적 사고’에 관한 충격적 경험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건물의 설계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4,500평방피트의 건축면적이 축소되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산타모니카에 있는 프랭크 게리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 곳의 건축가와 작업을 시작하였다. 첫번째로 한 일은 차를 끓이는 주방, 휴게실, 벽장, 창고, 복사기나 팩스가 차지하는 공간 등 없애거나 축소해도 될 만한 공간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공간들은 거의 강의실이나 연구실, 회의실 옆에 위치하여 나름 꼭 필요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우리는 설계도를 펼쳐놓고 1층부터 5층까지 모든 공간을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작은 공간을 변경하는 일은 다른 여러 공간의 변경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수 많은 장애에 부딪혀야 했고 설계를 시작한 초기 단계로 다시 돌아가길 수 없이 반복했다. 결국 우리는 꼬박 이틀을 소비하여 해결책을 찾아냈다. 4,500평방피트나 되는 공간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공간재배치를 이루어내는 일은 정말 대단한 작업이었다. 최종 설계도면이 완성된 큰 책상을 뒤로 밀면서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일을 해냈는지에 대해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성취감에 들떠 있었다. 그때 함께 작업을 한 건축가 맷트는 완성된 설계도면을 주섬주섬 모으기 시작하더니 책상 위에 싸놓고는 도면의 한쪽 끝을 잡고 반으로 찢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찢어진 도면을 구깃구깃한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어안이 벙벙한 우리에게 그는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건 증명됐습니다. 이제 정말 우리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보죠”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피터 루이스빌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문제해결에 관한 매우 다른 마인드셋이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프랭크 게리 팀의 접근방식은 건축 설계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날 가장 성공하고 존경받는 건축가 중의 하나이고, 우리와 같은 경영학 교수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디자인적 접근방식은 그들이 성공한 분명한 이유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볼랜드 교수와 프랭크 게리팀이 처음한 시도한 문제해결 방식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었다. 반면에 완성된 설계도를 쓰레기통에 던진 후 그들이 시도한 문제해결 방식은 주어진 조건을 넘어, 기존에 갇혀 있던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고 미쳐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것이었다. 경영학적 사고는 ‘거르고, 고르고, 선택하는’ 수렴적사고를 강조하는 반면에 디자인적 사고는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집어 고려할 수 있다’는 의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확산적사고를 강조한다. 경영학적 사고는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디자인적 사고는 ‘기회발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는 중요한 사안을 너무 쉽게 결정하고 그것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주어진 환경의 틀 안에서 가장 진보된 분석도구를 사용한다는 자만심으로 더 나은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어설픈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발견될 때 자신의 어설픈 아이디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방어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믿었던 최소 단위 원자도 쪼개지는 마당에 변경 불가능한 아이디어는 없다. 디자인적 사고, 디자인적 태도의 핵심은 ‘더 나은 방법’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고방식이자 태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늘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문제’와 씨름하는 기업 경영자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로저 마틴교수는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디자이너를 좀 더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그들 자신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업이 디자인적 사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중심 경영 진단

고객중심 경영 진단

📌 진단 개요 (Manufacturing Scope)

본 진단은 제조업 기반 기업이 갖춰야 할 고객중심 핵심 역량을 측정합니다.

4대 핵심 기능인 [마케팅, 영업, R&D, 고객지원]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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