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중국 기업에서 일할 때 가장 큰 도전은 “고객중심의 고성과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였다. 최고경영자는 직원중시와 고객중심이라는 두 가지 경영철학을 토대로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논의·논쟁·시도가 이어졌다. 성과도 있었지만 시행착오 역시 적지 않았다. 특히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한 매출 증대와 단기 성과 위주의 경영전략이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여러 계획들은 추진동력을 잃고 좌절을 겪기도 하였다.
효율성 개선은 경쟁환경 속에서 늘 중요한 과제이며, 실제로 많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효율성이 지나치게 우선시되면 “효율성 그 자체가 과연 최우선 가치인가?”라는 질문을 놓치게 된다. 기업의 대화 주제는 점점 외부 고객보다 내부 이해관계자(동료, 타부서, 자회사 등)의 이슈에 집중하게 되고, 이들의 염려를 다루느라 내부지향적 사고가 강화된다. 그 결과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무뎌지고, Inside-Out 관점, 공급자 중심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다. 이 조직 역시 이러한 흐름을 겪었고, 결국 고객중심 경영이 위기 극복의 핵심임을 깨닫기 위해 큰 수업료를 치렀다.
피터 드러커는 1954년 《경영의 실제》에서 기업의 목적은 고객 창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마케팅을 단순한 부서 기능이 아니라 기업 전반을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테오도르 레빗 교수 역시 “조직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집단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사와의 거래를 원하도록 만드는 활동을 하는 존재”라고 설파했다. 즉, 고객은 기업의 토대이자 존속 이유이며,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보다 “고객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그 기대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조직 안에서 설득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고객중심 고성과조직이란, 단순히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는 수준을 넘어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체계적으로 감지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이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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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중심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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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중심 인적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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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중심 조직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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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중심 경쟁역량
고객중심 조직문화
고객중심 조직문화란 고객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부서와 개인이 고객 관점에서 사고·계획·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드러커는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고객만이 말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많은 리더는 여전히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가 답이라고 착각한다.
이 기업의 초기에는 연구개발 부서가 자신들의 역량과 시각에 매몰되어 고객가치를 외면했고, 마케팅 부서의 마켓센싱 기능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영업·서비스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부재했으며, 심각할 정도의 제품 품질 문제가 발생해도 고객에게 직접 사과하는 이는 없었다. 이는 고객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를 잘 보여준다.
이를 전환하기 위해 내가 주도한 부서는 고객가치 기반 전략과제 수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3명의 중간관리자로 구성된 혁신인재팀은 피터 드러커의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깊게 파고들었다.
드러커의 “Go personally outside” 원칙에 따라, 팀원들은 직접 대리상과 소매상을 찾아가 고객의 일상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았다. 단순히 묻기보다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물건을 정리하고, 판매를 돕고, 수리 업무를 지원했다. 몇 주간의 교류 끝에 고객들은 진솔한 피드백을 주었고, 직원들은 “자신이 고객을 섬기는 시스템의 일부이며 문제 해결 책임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중심 인적자원
고객중심 인적자원 체계를 갖추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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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리더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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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중심 고성과조직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인재 전략은 Build(육성), Buy(채용), Borrow(외부 활용)의 3B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그러나 기본 축은 Build, 즉 내부 육성이었다.
조직은 리더십 역량 중 첫 번째를 ‘고객의식(Customer Orientation)’으로 설정했다. 이는 “중요한 의사결정 시 고객을 기준점으로 삼고, 고객 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충족하는 역량”으로 정의되었다. 이를 세분화한 행동지표는 (1) 고객가치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업무에 반영, (2) 내부지향적 프로세스 제거, (3) 모든 업무를 고객 관점에서 실행 등이었다.
리더십 역량은 다면평가와 인사제도 연계를 통해 강화되었고, 리더들은 조직 내에서 변화혁신을 주도하는 혁신인재들 앞에서 성장계획서를 함께 체결해 리더십 개발에 상사의 책임을 의무화했다. 영업부서는 역량모델링을 통해 직무·행동 역량을 정의했고, 변화혁신부서는 평생학습과 자발적 학습 보상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단기 재무성과 중심의 KPI는 여전히 고객중심 인적자원 정착에 큰 장애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부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데 외부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고, 결국 직원중시 철학이 고객중심 철학과 동일한 무게로 다루어져야 함을 확인하게 되었다.
고객중심 조직정렬
고객중심 조직정렬은 조직 내 프로세스·조직구조·부문간 협력 수준을 어떻게 고객 지향적으로 재편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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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니즈와 시장 변화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구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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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원 간 협력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드러커는 “오늘의 자원을 어제를 위해 쓰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본사 전 부서를 대상으로 프로세스 혁신(PI)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원들은 SIPOC 기반 As-Is 프로세스를 매핑하고, 가치창출을 기준으로 To-Be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ERRC(Eliminate, Reduce, Raise, Create) 사고방식도 적극 활용되었다.
조직구조 측면에서는 1,460명의 직원을 830명으로 줄이고, 영업·마케팅 기능을 강화하며 경영지원부서 역할을 재정의했다. 그러나 문화적 복잡성과 적합 인재 부족으로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Key Account별 고객전담팀 구상은 실행되지 못했고, 마케팅 부서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재편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안타깝게도 실현되지 못했다.
고객중심 경쟁역량
고객중심 경쟁역량은 경쟁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능동·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는 임시 워크숍이 아니라 체계적 전략 프로세스로 정착되어야 하는 전략적 사고와 시스템적 접근이 요구되는 어려운 과제이다.
핵심 과제는 “고객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고객 창출”이었다. 드러커가 말했듯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 창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부 리더의 실험적 시도로 매출 중심에서 이익 중심, 점유율 중심에서 고객가치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도되었고, 목표·성과 관리체계도 바뀌기 시작했다. 몇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방향이 옳았음은 증명되었다. 결국 이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영진의 리더십이다. 신시장 탐색, 사내 기업가정신 고취, 새로운 기회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론
이 조직은 변화의 여정 속에서 효율성에 치우치거나 내부지향적 사고에 빠지는 순간도 있었고, 일부 구성원의 저항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고객중심 고성과조직을 향한 시도는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고객가치 기반의 전략과제, 인재 육성 체계, 프로세스 혁신, 조직 재정렬 등의 노력이 축적되면서 조직 전반에 고객중심 사고가 점차 자리 잡았다. 그 결과 기업은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고객가치 중심의 성과 창출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이는 시장에서도 인정받았다. 실제로 증시에 상장된 이후 이 시기의 주가가 최고점을 유지한 것은 고객중심 고성과조직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재무적 성과와 기업가치로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중심 고성과조직의 구축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시장과 투자자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임을 입증한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고객을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지속 성장의 원천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앞으로의 경영 여정에서 흔들림 없는 기준점으로 기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