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리더십

적어도 내게 달빛은 보름달일 때도, 초승달일 때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그윽한 빛 자체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달빛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주위의 별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주변의 별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는 강렬한 빛으로 주변을 압도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만드는 태양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진정한 리더 역시 달빛과 같다. 스스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역량으로 부하직원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별을 빛나게 하는 달처럼 구성원들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나는 이것을 오래전부터 ‘달빛 리더십’이라 불러왔다.

미시간 대학교의 데이브 얼리치(Dave Ulrich) 교수는 저서에서 리더에게는 ‘Be’와 ‘Build’라는 두 가지 과업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타의 모범이 되는 리더가 되는 것(Be)과, 또 다른 리더를 육성하는 것(Build)이 리더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는 의미다. 리더가 무엇을 하든 부하직원은 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무의식적으로 닮아가려 한다. 따라서 리더가 스스로 원하는 리더상의 본보기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가 바로 리더이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에 들인 노력의 결실은 리더가 자리를 비우거나 떠났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리더의 부재 시 조직에 혼란이 생긴다면 인재 육성이라는 과업은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Be’와 ‘Build’는 달빛 리더십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달이 스스로 고운 빛을 내는 것이 ‘Be’라면, 주변 별들을 아름답게 비추는 것은 ‘Build’에 해당한다. 리더에게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는 인재 육성이다. 마음처럼 잘되지 않을뿐더러 리더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활발히 연구되었음에도 리더십이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죽하면 “이제 남은 리더십 논문 주제는 ‘개미 뒷다리가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뿐이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인재 육성이 어려운 원인은 리더 개인에게도, 조직 구조에도 있다. 특히 과업과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리더들은 육성을 소홀히 하기 쉽다. 이들은 구성원에게 영감을 주거나 공감하고 성장에 관심을 두는 행위가 오히려 부하직원의 긴장감을 늦춰 성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곤 한다. 이런 편협한 생각은 인재 육성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결국 조직 풍토를 해치며 유능한 직원들이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동굴 시야’를 낳는다.

흥미로운 점은 인품이 훌륭하고 뛰어난 성과를 내는 존경받는 리더조차 인재 육성에서만큼은 부진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리더들은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너무 큰 나머지 부하직원들이 늘 그의 결정에만 의존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주변에는 똑똑한 사람이 있을 필요가 줄어든다.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그저 리더의 결정을 지지하고 실행하는 사람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리더 스스로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황에 매몰될수록,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의 시간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어려운 인재 육성을 훌륭히 수행하는 리더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정성껏 키워낸 직원의 성장을 마치 제 일처럼 자랑하는 식료품 제조사 대표, 구성원이 두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은 한발 물러서는 출판사 대표, 그리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일찌감치 후선으로 물러난 건설사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런 ‘리더십 스승’들을 만나는 것은 수십 권의 이론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하직원의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한다는 사실이다. 성과는 단연코 강점에서 비롯된다. 약점에 집착하는 리더는 부하직원이 못하는 것은 정확히 짚어낼지 몰라도,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놓치고 만다. 벤자민 젠더(Benjamin Zander)가 말했듯 리더십은 ‘가능성의 예술’이다. 그는 리더십을 “구성원들의 존재 양식(Way of Being)을 결정해 주는 것”이라 정의했다.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돕는 것, 그 믿음이 인재 육성의 출발점이다.

조직들이 리더 육성을 위해 가장 흔히 도입하는 방식은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탄탄한 이론과 커리큘럼, 정교한 진단 시스템을 갖춘 프로그램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실제 훌륭한 리더를 육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논리적 구조에만 치중한 교육은 더 이상 현장의 변화무쌍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내가 리더십 컨설팅사에서 근무할 때, 세계적인 이론가들이 참여해 만든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완벽한 논리 구조와 흥미로운 활동 덕분에 업종에 상관없이 두루 쓰였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최근 리더십 개발의 흐름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경험과 실행’을 통한 성장을 요구한다. 조직의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성과를 지향해야 하며, 부서 간 협력과 버추얼 팀(Virtual Team)을 이끄는 실전 역량을 강조한다. 또한 머리로 이해하는 논리를 넘어 감성 지능에 기반해 몸으로 체득하는 리더십을 필요로 하며, HR 부서만의 논의가 아닌 조직 전체의 시스템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리더십 교육의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다. 많은 기업이 실전 경험을 육성의 원칙으로 삼고, 성장에 필수적인 경험 포인트들을 규명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내가 경험한 가장 실질적인 방법론 중 하나는 ‘핵심인재를 통한 인재 육성’이었다. 중간관리자 23명을 혁신 인재로 선발해 과제 활동, 코칭, 학습 공동체 등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게 했다. 이때 핵심 성공 요인은 상사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혁신 인재와 상사가 ‘학습성장계약서’를 체결하게 함으로써 상사의 지원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규정한 것이 유의미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고객중심 경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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